쏟아지는 새로운 플랫폼, 흔들리는 창작자들
스토리텔링을 업으로 삼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요즘의 미디어 시장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격랑의 바다와 같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극장용 상업 영화와 TV 미니시리즈가 전부였던 시장이 OTT 플랫폼의 등장으로 재편되더니, 이제는 1분 내외의 초단축 숏폼 드라마와 AI 가상 인간이 주연을 맡는 서사까지 등장했습니다. 트렌드가 눈 깜짝할 사이에 바뀌다 보니 많은 지망생이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지금 내가 배우는 3막 구조가 숏폼 시대에도 쓸모가 있을까?", "유행하는 자극적 소재만 쫓아 써야 하는 걸까?" 같은 고민입니다.
저 역시 새로운 플랫폼이 쏟아져 나올 때마다 유행하는 문법을 허겁지겁 따라 배우느라 중심을 잃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포맷의 대본을 직접 쓰고 변주하며 깨달은 단 하나의 진리가 있습니다. 플랫폼은 이야기를 담는 그릇일 뿐,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서사의 본질'은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기나긴 시나리오 구조론 연재를 매듭지으며,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시대를 관통하는 단단한 서사의 핵심 뿌리가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1. 그릇은 바뀌어도 본질은 같다: 욕망과 장애물의 충돌
영화관의 거대한 스크린으로 보든,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의 세로 화면으로 보든, 관객이 이야기라는 예술에 몰입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은 정확히 동일합니다. 그것은 '결함을 가진 인물이 간절한 욕망을 이루기 위해 가혹한 장애물과 맞서 싸우는 과정'입니다.
숏폼 드라마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호흡이 극단적으로 짧고 자극적이라 전통 작법이 통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 1분짜리 에피소드 안에도 정교한 구조가 숨어 있습니다. 주인공이 무시를 당하는 상황(장애물), 이를 갚아주려는 의지(욕망), 그리고 순간의 반전(클라이맥스)이 압축되어 있을 뿐입니다.
기초 편에서 강조했던 '욕망과 장애물의 충돌'이라는 본질적 뼈대가 튼튼하지 않으면, 아무리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을 쓰고 빠른 편집 기술을 동원해도 관객은 단 10초 만에 지루함을 느끼고 화면을 넘겨버립니다. 테크닉은 서사를 돕는 도구일 뿐, 관객을 붙들어 매는 엔진은 언제나 인물의 처절한 투쟁입니다.
2. 기술이 발전할수록 희소해지는 가치: 진정성과 보이스
인공지능이 시놉시스를 몇 초 만에 대량 생산하는 시대가 되면서, 역설적으로 시장에서 가장 비싸고 희소해진 자산은 작가 고유의 '진정성 어린 서사적 보이스(Voice)'입니다.
기계는 인터넷에 존재하는 수백만 개의 대본 데이터를 조합해 가장 그럴듯하고 매끄러운 플롯을 짜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35편(AI 시대의 전략)에서 말했듯, 기계는 자신이 직접 아파보거나, 실패의 나락에서 눈물을 흘려보거나, 타인을 향해 절박한 연민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관객의 영혼을 울리고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는 명작들은 언제나 작가가 자신의 삶에서 길어 올린 진짜 상처와 결핍을 서사의 중심에 용기 있게 투영했을 때 탄생합니다.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만의 고유한 시선과 인간을 향한 깊은 이해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초보 창작자가 범하는 실수: 유행의 파도에 영혼을 맡기는 것
주변에서 "요즘은 도파민이 터지는 복수극만 팔린다", "복잡한 서사는 대중이 싫어한다"라는 말이 들려오면, 많은 초보 작가들이 자신이 원래 쓰려던 정서와 메시지를 버리고 유행하는 장르로 원고를 갈아타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내면에서 끓어오른 테마가 아닌, 외부의 유행에 등 떠밀려 쓴 대본은 필연적으로 겉핥기식 모방에 그치게 됩니다. 트렌드는 바람과 같아서 내가 대본을 완성해 세상에 내놓을 때쯤이면 이미 저만치 흘러가 버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유행을 쫓아다니는 작가는 언제나 트렌드의 꽁무니만 보게 되지만, 변하지 않는 서사의 본질을 붙잡고 나만의 목소리를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작가는 스스로 새로운 유행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핵심 요약
미디어 플랫폼과 기술이 아무리 급변하더라도 관객을 몰입시키는 서사의 본질은 인물의 욕망과 장애물의 충돌이라는 메커니즘으로 항상 동일합니다.
AI가 매끄러운 플롯을 양산하는 시대일수록 작가 개인이 삶에서 길어 올린 진정성 어린 경험과 독창적인 서사적 보이스의 가치는 더욱 희소해집니다.
단기적인 유행이나 트렌드에 휘둘려 창작의 정체성을 잃지 말고,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과 서사의 본질적 뼈대를 튼튼히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오랜 시간 시나리오 구조론의 대장정을 함께 걸어오며 매일 밤 백지 앞에서 치열하게 고뇌했던 창작자 여러분에게 보내는 마지막 헌사이자 따뜻한 위로, '파이널 에필로그: 매일 한 줄의 문장을 쌓아 올린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로 찾아오겠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기에 10년, 20년이 지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이야기만의 영원한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댓글로 자유로운 생각을 나누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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